“새 친구 못 사귀고 화상수업 어려워… 우리들도 힘들었어요”

“새 친구 못 사귀고 화상수업 어려워… 우리들도 힘들었어요”

박정경 기자 | 

게티이미지뱅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중학생 기자들이 쓴 ‘코로나 1년’

혼자 공부 어렵고 생활 나태해져

생활기록부·내신 관리 큰 부담

마스크 벗고 친구랑 놀고 싶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그중엔 아동들도 있다. 고통의 크기를 자로 재 일일이 비교할 순 없겠지만, 소상공인과 의료진들 못지않게 아동들도 지난 1년 동안 학교에도, 놀이터에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이래저래 고생 중이다. ‘어린이라는 세계’의 저자 김소영 씨는 아동들이야말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장 헌신적으로 협조한 집단”이라며 “이들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어른들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이들이 직접 나섰다. 코로나19와 사춘기의 파고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곡란중학교 이준우(14) 군과 산본중학교 정경원(14) 양이 직접 발로 뛰고, 겪으며 나눈 아동들의 이야기를 썼다. 이들은 현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권리 기자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맞은 두 번째 봄. 학생들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새로 시작될 학교생활에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지금은 1년 전 상상했던 모습과는 매우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첫 번째 키워드 : 제약

지난해 코로나19와 함께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제 2학년이 됐다. 학생들이 기억하는 2020년 학교의 모습은 ‘제약’이다. 산본중 임세아(14) 양은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활동도 거의 하지 못했다”며 “지난해는 많이 아쉽고 어색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크고 현재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곡란중 김찬(14) 군은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새로운 친구를 사귈 생각에 즐거웠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제일 중요해지다 보니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지 못했다.

◇두 번째 키워드 : 적응

인간은 적응의 동물, 많은 불편함 속에서도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일도 많이 일어나 힘들었지만 이제는 적응돼 괜찮다는 반응이다. 생애 첫 온라인 개학과 비대면 수업을 하며 학교도 학생도 혼란을 겪었지만, 비대면 수업을 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온라인 체제는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온라인 수업의 단점도 있다. 집중도 저하와 함께 ‘딴짓’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온라인 수업 시 친구들과 메신저로 대화하거나 게임을 하며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나에게 2020년은? 아이들이 평가하는 2020년 코로나 한 해’ 자료에 따르면 집에서 혼자 하는 공부가 힘들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65.8%로 ‘아니다’(34.2%)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그렇다’고 응답한 아이들은 ‘혼자 앉아서 집중하기 어려움’(54.1%), ‘수업 이해가 잘 안 됨’(13.1%), ‘물어보고 의논할 사람이 없음’(11.6%) 순으로 힘든 이유를 꼽기도 했다. 곡란중 한우리(14) 군은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선생님께 즉시 질문을 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 수업은 질문을 바로 하기 힘들어 불편했다”고 비대면 수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 번째 키워드 : 시험

온라인 수업과 관계없이 당연히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시험’이다. 이전과 비교해 올해가 더욱 특별한 점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들의 생활습관이 나태해지고 해이해졌다는 것이다. 비록 올해는 전염병 때문에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1학기 중간고사가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생활기록부와 내신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마냥 좌절하지 않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고 있다.

산본중 강승원(14) 양은 “2학년은 시험을 봐야 하는 바쁜 학년이라 두렵고 막막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 새 학년이라는 단어가 설렘을 준다”고 코로나19 속 2학년이 된 소감을 밝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연구 결과, 지난해 ‘코로나 블루’를 체감했다는 아이들은 49.6%로 나타났다. ‘올해는 마스크를 벗고 싶다’ ‘친구랑 마음껏 놀고 싶다’를 2021년의 새해 소망 1, 2위로 밝힌 것처럼 코로나 블루에 빠져 마냥 우울해하지만 말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다. 코로나19가 없는 하루를 기다리는 학생들과 전 세계인의 간절함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정리 =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중학교 학생들의 인사법도 바뀌었다. 서로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하는 경기 군포시 곡란중학교 학생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