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낮다지만 최고”

 

 

권대중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낮다지만 관련 세금 포함땐 OECD 최고”

황혜진 기자 |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지난 10일 재개발로 천지개벽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대를 걸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권 교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창섭 기자

■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文정부 부동산 정책 역대 최악
시장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해

대책 25번 내놔도 가격만 급등
시장에 맡기고 왜곡 땐 개입을

수요·공급 원리 주장 당연한데
‘미스터 쓴소리’별명만 얻게돼

LH사태는 조직 폐쇄성도 원인
주요 업무 담당자 방계 가족도
불시에 부동산 보유 검증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발(發) 투기 의혹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면서 덩달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사람이 있다. 권대중(63)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쓸 정도라고 한다. 잡으려야 잡히지 않는 부동산 시장의 해법에 대해 권 교수는 ‘골머리 썩을 일 뭐 있냐’는 표정으로 “수요와 공급 원칙만 지키면 된다”고 말한다. 이 말만 3년 했는데 그에겐 ‘부동산학계의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이 붙었다. “그래도 2·4 공급 대책이 나왔으니 아주 메아리 없는 외침은 아니었지 않냐”며 웃는 그를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대한부동산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LH 직원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다.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LH 회의에 외부전문가로 참석해보면 참 폐쇄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공기업보다 외부전문가 비중이 턱없이 낮고, 의사결정과정도 LH 주도로 흘러가더라. 폐쇄적인 의사결정 과정도 이런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청렴서약서’를 쓰긴 했지만 ‘과연 이런 종이 한 장이 효력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공직자의 투기를 막을 수 있을까.

“고위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가 재산 등록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 중요 업무 담당자는 직계는 물론 방계가족까지 불시에 부동산 보유 현황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직자를 막론하고 투기 자체를 막으려면 소유 기간별로 보상이 나가는 게 맞다. 토지를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는 혜택을 다 주고, 소유 기간이 짧으면 혜택을 적게 주는 거다.”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렸던 수요자들은 행여 취소될까 불안감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했으니 추진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3기 신도시 예정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긴 어려워 보인다. 공급 시기가 조정되거나 물량이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얘기해 보자. 서울까지 매매와 전세 시장 모두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나.

“안정보다는 ‘소강상태’ ‘숨고르기’라고 보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수요억제 중심의 규제책으로 일관하면서 서울 주택가격은 취임 전보다 최고 2배가량 올랐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 이 정도 올랐으면 시장도 피로감을 느낀다. 안정이라고 보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수요가 없어진 게 아니라, 대출 규제강화 등으로 살 여력이 안 될 뿐 언제라도 사고 싶어 하고, 일부는 2·4대책 공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기 수요로 전환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까.

“적어도 올해 말까진 매매·전세 모두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다. 2·4대책의 공급량이 강력하지만, 실제 공급까진 5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부동산 시장은 당장 들어갈 집이 있어야 안정된다. 집 수요는 여전하고 2·4대책이 실제 공급되기까지 입주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는 2만1000가구, 내년엔 더 줄어 1만7000가구에 불과하다.”

―내년부턴 부동산 시장 상황이 달라진다는 얘기인가.

“여러 가지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 일단 2022∼2023년부터는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이 시기에 4년짜리 임대사업자 주택이 등록 해지돼 시장에 나온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이 아니라 아파트 등 정상적인 주택이 대다수다. 전체 임대사업자 등록주택 160만7000가구(2020년 6월 기준) 중 60%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올해 하반기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시작된다. 내년 후반부턴 공급이 크게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반대 변수도 있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올해 말에 민심을 달래기 위한 규제 완화안이 나올 수 있다. 다음 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할 경우엔 서울의 높이 제한 및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 완화 얘기도 나올 거다. 금리도 변수다.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시장엔 악재다. 이런 다양한 변수가 맞물리면서 2022∼2024년 부동산 시장은 혼란기가 될 것으로 본다. 2025년엔 2·4대책이 계획대로 공급된다는 전제하에 공급과잉에 따른 부동산 시장 경착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주택시장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정확히 얘기하면 일본 도쿄(東京) 중심지의 부동산 가격은 강보합세로 여전히 가격이 오르고 있고, 도쿄에서 1시간∼1시간 반 떨어진 요코하마(橫濱), 다마(多摩), 지바(千葉) 등 1970년대 도입된 신도시는 주택이 남아돌고 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특히 젊은층이 선호하는 원룸의 공실률이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9년 기준 0.84명으로, 일본(1.42명)보다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에 청년 주택 35만 호를 짓겠다고 했다. 이는 일산, 평촌, 분당 등에 지어진 1기 신도시 전체 물량(29만2000가구)을 웃도는 엄청난 물량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면 도심지에 이런 청년 주택부터 공실이 발생할 거다. 도심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수도권을 비롯해 경북, 전남·북, 강원 일부 지역도 주택 공실률이 급증할 거다. 불과 15∼20년 후의 일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금 부담이 급증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보유세가 다른 나라보다 적다고 얘기하는데 다른 나라는 어떤가.

“정부 말과는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순수 보유세는 낮지만, 부동산이 담당하는 조세가 보유세만 있는 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이 담당하고 있는 조세부담률은 36개국 중 6위다. 이것도 취득세와 보유세만 반영되고 양도세는 빠진 수치다. 최근 취득세, 보유세가 오른 것과 양도세를 포함하면 우리나라가 영국, 프랑스를 제치고 ‘넘버 원’이 될 거다. 세제개편이 옳은 길로 갔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세는 완화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5번의 부동산 정책 중 잘한 점과 못한 점을 꼽는다면.

“잘한 점은 딱히 없지만 그나마 공급부족을 인식한 건 다행이다. 다만, 주택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상태에서 돌아섰다는 게 아쉽다. 다주택자에게 규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려고 한 것은 경제가 위기일 때 부동산 위기를 줄일 수 있는 ‘리스크 헤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잘못한 정책은 부동산 문제를 정치화해 편을 가르고 주택을 가진 사람을 죄인 취급한 점, 무주택자에게까지 대출규제를 강화한 점 등 많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등수로 매기자면.

“역대 정부 중에서 꼴찌다. 규제 일변도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가격급등을 불러왔다. 올려도 너무 많이 올려놨다. 가장 잘한 정부는 노태우 정부다. 노태우 정부가 1기 신도시 대책을 내놓으면서 김영삼 정부 때까지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됐다.”

―임기가 1년 남은 문재인 정부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을 조언한다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이 월세로 전가되고 있다. 물량에는 장사가 없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무조건 떨어진다. 당장 공급 효과를 원하면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낮춰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집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매매 시장이 안정되면 전·월세 시장도 따라서 안정된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부동산 공약을 내놨는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약은 절반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공약은 내용이 부실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약이 너무 많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필요한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도시가 점점 슬럼화되고 있다. 가장 빨리 공급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재건축·재개발이다.”

―곧 후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텐데 어떤 인물이 필요하다고 보나.

“2·4대책이 공급을 늘리는 쪽이라 이쪽에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으면서 공공주도형보다 민간주도 또는 민관 합동 방식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LH 사태를 수습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최악은 정치인이 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책이 정치적으로 흘러가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정치를 위한 정책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어떤 정부든 부동산 시장은 정책의 뜨거운 감자다. 부동산 정책은 인간과 부동산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시장 경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시장에 맡기되 잘못되고 왜곡될 때 정부가 나서면 된다.”

인터뷰 = 황혜진 산업부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