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유자

조선일보가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로 일주일에 한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조선일보가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로 매주 목요일 오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홍수같이 쏟아지는 심각한 뉴스들을 잠시 잊고 힐링하시라고, ‘술의 세계, 세계의 술’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뉴스레터 필진에는 [박순욱의 술기행] 코너를 맡고 있는 조선비즈 박순욱 선임기자와 ‘재야의 술 고수’들이 전문가 기고 코너를 돌아가며 맡습니다. 전통주는 이대형 경기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맥주는 윤한샘 한국맥주문화협회 회장, 와인은 김상미 칼럼리스트(와인21닷컴 객원기자)가 글을 올립니다. 그외에도 각분야 전문가들이 생생한 주류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이번주 뉴스레터 소개]
오늘은 장수막걸리를 생산,판매하는 서울탁주의 신제품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서울탁주는 최근 유자원액을 감미료로 넣은 달빛유자 막걸리를 출시했습니다. 저는 출시 전 이 제품을 맛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울탁주가 어떤 회사인가요? 장수막걸리 한 제품으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전통주 업계 삼성’ 같은 회사 아닌가요? 하지만 장수막걸리에 수입쌀 쓰고 인공감미료 팍팍 쓴다고 비난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놓은 신제품 달빛유자는 인공감미료 대신 천연감미료인 유자 액기스를 사용했습니다. 서울탁주측은 “조만간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도 내놓을 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달빛유자 막걸리 맛은 어떨까요? 유자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단맛도 장수막걸리보다 더 강하지 않나 싶더군요. 술 좀 하는 술꾼들에게는 ‘왜 이렇게 술이 달아?’ 불만을 살 수도 있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가격도 부담 느낄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달빛유자 병당 가격이 3000원 정도라는데 장수막걸리의 세배 수준입니다. 감미료를 일체 넣지 않은 느린막걸리(배상면주가) 값인 2500원보다도 비싸게 책정됐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올 서울탁주의 무감미료 프리미엄 막걸리는 가격이 과연 얼마일까도 궁금해집니다. 감미료 대신 쌀 함유량을 크게 올렸을테니, 모르긴 해도 달빛유자보다는 비쌀 것으로 짐작갑니다만 과연 1000원대 장수막걸리에 버금갈 정도로 잘 팔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번주 전문가 기고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박사가 추석 직전에 보내온 글을 올립니다. 올해 추석 제사상에는 지역에서 만든 술을 사용하자는 내용입니다. 농업의 꽃이 술이라는 얘기는 들어보셨나요? 지역에서 난 농산물로 만든 술이 잘 팔리면 농민들도 신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요? 국민 술이라는 소주(희석식), 맥주는 모두 외국산 농산물로 만드는 실정입니다. 소주는 고구마와 비슷한 덩이뿌리 식물인 타피오카(남미가 원산지)를 증류해 물을 80퍼센트 이상 타서 만들고, 맥주 원료인 맥아와 홉 역시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해외 어디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국산 농산물과 철저히 유리된 한국 술시장이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전통술들은 대부분 국산 농산물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을 마시는 건 우리 농촌을 살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울탁주의 신제품 달빛유자 막걸리는 국산쌀을 씁니다.

2020.10.07

박순욱의 술이야기

서울장수, 달빛유자 막걸리 출시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서울장수주식회사가 100% 국내 고흥산 유자과즙을 넣어 상큼달콤한 유자 막걸리 ‘달빛유자’를 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과일향 주류 또는 보다 색다른 맛을 원하는 2030 세대의 니즈에 발맞춰, 유자향이 들어간 막걸리를 선보인 것.

이번 신제품 ‘달빛유자’는 알코올 도수 6도짜리 살균탁주로, 100% 국내산 고흥 유자과즙 함량을 높여 톡 쏘는 상큼함과 향긋한 유자 특유의 향이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입안 가득 풍기는 유자의 상쾌한 산미가 특징이다. 특히 마신 후에는 깔끔한 단맛과 은은한 유자 향이 오래도록 남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며, 한식은 물론, 회, 꼬치와 같은 일식 등 다양한 메뉴와 잘 어울려 홈술로도 즐기기 좋다. 인공감미료 대신 천연 유자 과즙을 넣어 단맛은 장수막걸리보다 강한 편이다. 다만, 유통기한을 염두에 두고 생막걸리가 아닌 살균막걸리로 만든 점은 다소 아쉽다.

‘달빛유자’는 국내산 원료는 물론 천연감미료를 사용해, 제품의 품질을 한층 더 끌어올린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100% 국내산 쌀과 고흥산 유자 과즙 등 국내산 원료를 사용했으며, 스테비아, 꿀 등 천연감미료를 통해 보다 깔끔한 단맛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서울장수측은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도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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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욱 부장

조선비즈에서 [박순욱의 술기행]을 연재하고 있는 박순욱 부장은 현재 조선비즈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독문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한 그는 1991년 11월 조선일보에 입사해, 오랜 기 간 주류 담당을 해왔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의 와인투어와 영국 스코틀랜드 위스키 취재도 경험했다. 2016년 조선비즈로 옮기고 나서는 특히 우리술 취재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 기고

[술 뉴스레터]올 추석은 지역 술을 차례에 사용해 보자

추석(秋夕)은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을 수확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하는 명절이다. 과거 추석의 의미는 조상에게 농사를 잘 하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다. 이제는 그런 의미는 크지 않다. 핵가족화된 시대에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의 만남을 통해 가족의 정을 나누는 의미가 더 크다.

추석 풍경하면 오랫동안 못 보던 가족들이 밤새 이야기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족 간의 모임을 최소화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추석의 넉넉함을 각자의 집에서 느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부터 추석은 수확의 넉넉함만큼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제사에 있어서도 그 정성이 다른 어느 명절보다 컸다. 홍석모가 1849년에 쓴 <동국세시기>에는 8월 한가위의 세시풍속으로 ‘술집에서는 햅쌀로 술을 빚어 팔며 떡집에서는 햅쌀 송편과 무와 호박을 넣은 시루떡을 만든다’고 했다. 이때 햅쌀로 빚은 술을 신도주(新稻酒)라 불렀다.

이제 집에서 햅쌀을 이용해 신도주를 만들어 차례에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차례가 끝난 다음 ‘음복’이라 하여 제사에 쓴 술이나 음식을 그 자리에서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돌아가신 조상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조상의 덕을 이어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차례에 사용되는 술들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다.

대부분 대량 생산된 술들을 구입해서 차례에 사용한다. 그동안 많이 사용되는 술은 ‘정종’이라 불리는 청주였다. 주세법상 청주는 일본식 사케를 이야기한다. 1883년, 부산의 이마니시 양조장이 조선 최초의 일본식 청주 공장을 세우고 정종(正宗)이란 이름의 청주를 생산했다. 이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정종(正宗)하면 청주를 뜻하는 단어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정종’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일본식 술이 명절 차례주로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내용을 알고 ‘차례주’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누룩을 사용하고 전통제조법으로 제조한 술의 비율이 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가정에서는 ‘정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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