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집권 전략’이 없다

국민의힘에 ‘집권 전략’이 없다

유병권 정치부장

‘윤석열은 文정부 총장’ 한마디

文 지지율 하락 멈추고 尹 급락
尹 살리는 척하며 죽이기 성공

여왕벌 없는 野, 尹대망론 여전
김종인과 연합론까지 나오지만
정작 野엔 받아들일 품이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한 이후 1년 내내 계속됐던 여권의 윤 총장 공격이 일시에 사라졌다. 외견상으론 윤 총장 찍어내기를 주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패배하고, ‘법치주의’를 내세운 윤 총장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일부 조사에서 1위까지 올랐던 윤 총장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급락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완패다. 지난해 12월 윤 총장의 2개월 징계안을 재가하며 사실상 해고한 문 대통령이 그를 다시 살려낸 것 같지만, 실상은 윤석열 죽이기로 봐야 한다.

친문 집권 세력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등 임기 말 정권 기반을 흔들고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윤 총장 교체를 시도했으나 법원의 ‘비협조’로 실패했다. 부동산 실정과 코로나19 백신 늦장 확보, 불통 이미지 등으로 민심도 급속히 이반해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집권 이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내년 대선 전초전인 4월 재·보궐선거까지 위태롭게 되자, 문 대통령은 윤석열 죽이기 대신 살리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그 결과 지지율 하락세는 멈췄고, 반문 진영 대선 주자인 윤 총장 지지율은 폭락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판세 뒤집기 선수다.

정권이 집권 시 비리를 덮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후계자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해 고려하는 것은 권력을 놓았을 때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 이익공유제, 손실보상제 등 앞다퉈 돈 풀기에 나선 것도 4월 선거에서 이겨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기틀을 다지는 수순이다.

20대 차기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3월 9일이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는 6개월 전인 9월 9일, 국민의힘 후보는 4개월 전인 11월 9일까지 뽑도록 당헌에 규정돼 있다. 실제 대선 후보 선출까지 민주당은 7개월, 국민의힘은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현 집권 세력은 똘똘 뭉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 재창출을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 ‘3자 구도 승리’ ‘독자 후보 승리’ 등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취해 한가한 승리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일부에선 4월 선거 후 당 지도부 구성 논의까지 나온다.

윤 총장을 뺀 안철수·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야권 주자 지지율 총합은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총합의 3분의 1도 안 된다. 여왕벌이 없는 야권에선 윤 총장 출마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총장과 60년 정치 경륜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연합론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최근 윤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별의 순간’은 대권 도전을 의미한다. 윤 총장이 검찰 보스가 아니라 국가 리더의 꿈이 있다면 7월까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검찰총장직을 던져야 한다. 그만한 포부가 없다면 퇴임 후 ‘국민께 봉사’라는 말로 국민을 농락해선 안 된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보면 4월 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했다고 하지만 아직 야권의 중심에 설 자격이 있을 정도로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국민의힘 중심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쳐 문 대통령까지 평창동 그의 집까지 찾아가 정치적 조언과 도움을 구한 사람이다. 여든 나이에도 불구하고 야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대정신과 비전, 정책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품을 내주지 않고 있다. ‘안달이 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시효’가 끝났다고 평한 당내 전직 대선 주자들, 일명 꿈틀이라는 신인들이 실력을 키우고 경쟁할 수 있는 넉넉한 운동장이자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어야 윤 총장도 들어올 수 있다. 이참에 대선 불출마 의지를 밝혀 진정성을 높이면 금상첨화다. 국민의힘이 2개월 뒤 4월 선거와 13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전략을 준비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